🏡 interior_300만원으로 28년된 24평아파트 셀프인테리어하기

[ep.02] 그 사람의 방은 그 사람의 세계이다. 내가 원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see_saw_seen 2021. 12. 25. 20:57

본격적으로 셀프인테리어를 시작하던 날에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한 겨울이 다 되어 창 밖의 나무는 횡량하지만, 시작할 즈음만 하여도 푸르렀다. 

사실, 이 집을 사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나무뷰이다.

집을 사러 다니면서 한강뷰, 남산뷰, 등등 보았는데, 나에겐 이 나무뷰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공사 시작하던 날. 셀프인테리어의 시작!!

지금은 익숙해진 새로운 풍경이 불과 몇달전만 해도 이랬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이 시점에 매일 선택해야 하는 것들에 치여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행복한 고민들이었겠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 이기도 했다. 벽지와 바닥이 안 어울리면 어쩌나, 문 컬러와 가구가 안 어울리면 어쩌나, 욕실 욕조가 너무 누런데 어쩌나 등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았던 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잘 되었다. 

페인트.시트.타일....한번도 안해본 내가 셀프인테리어를 하겠다고 덤비다니....무식하면 용감하다.

지금 아래의 돌침대가 한가운데 있던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지금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금와서 보니 뭔가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하는 조명이었구나. 돌침대 자체도 너무 크고, 농이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방이 작아보이는데, 이사 첫날 느낌은 방이 너무 휑해서 전화통화를 하는데 내 목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들려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굉장히 아늑한 침실로 변하였다. 

돌침대와 장농이 차지하고 있는 안방

 

이전 주인 분은 이 아파트가 생겨난 27년전부터 살아오셨기에 시간의 흔적이 너무 짙게 배어있었다.

입주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공사가 필수였던 상황이었지만,

이 아파트는 2년후에 단지 전체 리모델링이 예정되어 있어서

큰돈을 들여서 전문가에게 인테리어를 맡기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기로 하였다.

인테리어 공사 경험은 전무하다. 사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처음으로 집을 사서 내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하였지만,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셀프인테리어를 하고싶은데 막막해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보았다.

 

총 작업기간은 약 1달.

 

만약에 내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평일에도 공사할 수 있었다면,

한달이나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순수하게 작업을 한 시간은 열흘~ 넉넉히 2주이다. 다만, 중간에 몸살이 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거실의 애프터. 룸투어엔 에센셜 화면이 진리.
직접 시공한 하단장 시트지 작업, 비스포크 냉장고와 큐커

어찌보면 부엌은 가장 손을 안 댄 공간이기도 하다. 그저 시트지 다시 붙인 것 정도인데도 완전 새로운 느낌이되었다. 

아래 침실은 아까 돌침대가 있던 방이다. 

침대 옆 조명은 일부로 아래에 두었는데, 밤에 켜두면 

굉장히 아늑한 분위기가 되어서 너무 좋아하는 순간이 되었다. 

재택근무에 탁월한 작업실 겸 침실

가끔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엔 조금 흐린눈으로 보고자한다.

할수없다. 난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래도 구석구석 내 손이 닿고, 고민의 흔적이 녹아있는 진짜 나의 공간이기 때문에 애착이 깊다.

내가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재택근무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기존의 집이 너무 어둡고 좁아서

이사를 마음 먹었는데 너무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2021년 한 해는 조금 무기력한 해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집 사고 셀프인테리어 작업에 몰두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이전에는 업무 성취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커서 

그것에서 성취를 못 느끼면 많이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러한 점에서 아무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선책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서 

내가 원하는 성취감을 얻어내는 것.